‘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기분’ 입사 하루 전 자취방에 짐을 풀고 나왔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쿠앤크스무디로 저녁을 대충 해결하고 핸드폰을 꼭 붙잡고 집 같지 않은 집으로 도망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대전에 첫 직장을 얻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일주일은 꿈만 같았다. 얼떨떨했다. 내가 직장인이라니. 대전에 살고 있다니.
“2주 지나면 적응되겠지” 자칭 알바왕이던 나는 스물일곱 살까지 이 마인드로 살았다. 어떤 힘든 일을 하던 그 시간만 지나면 할 만했다. 그땐 내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초긍정, 단순한 사람이었다.

회사 생활은 뭐 하나 쉬운게 없었다.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알면 알수록 알아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지면은 너무 크게 느껴졌고 그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에 쫓겼다. 빨리 풀어내야 했고 노력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물렀다. 2주는 무슨 3개월 수습 뗄 때까지도 적응을 못했다. 매일 혼자 전쟁을 치렀고 허우적댔다. 새빨간 교열지는 나에게 매달렸고 퇴근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한때 ‘깨끗한 교열지 받아보기’를 목표로 삼기도 했다.

신입으로 함께 입사한 동기의 퇴사 소식을 들었을 땐 눈물이 났다. 편집부 울보가 됐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나를 참 몰랐다.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선배들도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가장 아픈 순간들이었다.

어느덧 편집기자 3년 차가 됐고 누군가에겐 선배가 됐다. 배울 것은 여전히 많고 갈 길도 멀다. 달라진 건 이제 “처음이니까”는 쓸 수 없다. 그리고 처음이어도 잘 해내야 한다. 좋은 선배가 된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좋은 선배들한테 배운 만큼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땐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게 참 어렵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때 '내 일처럼' 도움 준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또 다른 변화는 이제 대전이란 도시가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낯선 동네가 내 구역(?)이 됐다. 눈치도 안 보고 혼밥도 잘한다. 고향 소식보다 충청도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고 살피니 친해진 기분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잘 헤쳐나간 나 자신에게 “너무 잘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편집은 기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기사, 사진을 가지고 누가 편집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지면이 되기도 한다. 정답이 없어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재밌다. 나는 나만이 낼 수 있는 답을 만들어가고 싶다. 가끔 편집자를 모르고도 ”이거 김희선이 짰지"라는 말과 칭찬을 들을 땐 나만의 답을 잘 찾아냈구나 싶다.

옳다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을 때, 내 생각이 짧았다고 느낄 때, 생각지도 못한 칭찬을 받았을 때. 성장통 비슷한 걸 느끼는 것 같다. 아파도 좋으니 더 자라고 싶다. 잘하고 싶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