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리다 일본인 영화감독 미키 데자키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속도'를 꼽았다.

그가 든 예시는 뉴스였다. 일본의 경우, 기자의 취재의뢰와 인터뷰를 거쳐 기사가 나오기까지 약 2주, 길게는 3주까지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자회견 인터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본인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고 있었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렇다. 한국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발언이 실시간 기사화된다. 누군가가 한 마디를 하면 기사 한 꼭지가 되고, 두 마디를 하면 두 꼭지가 되는 세상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새글 피드는 수십 개의 기사를 순식간에 만들어내고 때론 누군가의 몸동작, 작은 표정 하나도 실시간 기사화돼 포털 메인을 장식한다.

디지털뉴스팀을 처음 맡게 된 후로 한동안 짧은 불면증을 겪기도 했다. 내가 잠이 든 사이 중요한 속보가 발생했는데, 자느라 기사를 막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속보성 기사를 주로 작성하다보니 속보 기사가 일반 기사보다 주목도가 높다는 것도 줄곧 경험한다.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관심도가 높은 뉴스의 경우 전송 직후 불과 수 분 사이 수 백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저마다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우며 댓글창은 순식간에 공론의 장이 된다. 그러나 관심도 논쟁도 잠시다. 하루만에 뉴스는 옛 것이 되고, 논쟁도 금세 사그라든다. 이러한 뉴스의 성질 때문인지 한 포털 사이트는 댓글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모든 댓글이 24시간 후에는 사라지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문득 금방 식어버린 논쟁에 아쉬움이 남는다. 뜨거웠으나 결론짓지 못하고 이내 끝나버린 까닭이다.

가끔은 오래 두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빠른 뉴스 보도를 통한 문제 전달, 이에 더해진 열띤 논쟁. 여기에 연속적인 논의와 대안까지 마련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적인 모습의 디지털 공론장. 이 시대 언론이 풀어나가야 할 또 하나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최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