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10월) 6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규칙안’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는 18개 상임 위원회 가운데 11개, 그리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2개 위원회가 세종 의사당으로 내려오는 계획이 확정된 것입니다.

지난 2년 간 규칙안이 제정 안 돼 세종의사당 건립이 우왕좌왕했던 걸 생각하면, 그동안 대체 ‘국회 의원들은 뭐 했을까’ 라는 비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생각은 지난 2월 대전 MBC 뉴스 데스크를 통해 국회 세종의사당 국회의원 설문조사 보도를 했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했습니다.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28명 전원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는데, 질문 핵심은 ‘국회 세종의사당 규칙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상임위에서 언제 통과시킬 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 규칙안이 심의되고 통과돼야 국회 본회의에 부칠 수 있기 때문에, 2월 임시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운영위 의원들의 생각은 아주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의원 28명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10명은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이 되기 전부터 알고 있던 분도 있어서 직접 전화 해 조사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전체 18명 가운데 답변을 한 의원이 모두 10명이었는데, 이들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는 맥 빠진 소리만 했습니다. 국회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런 결과를 뉴스로 내보내면서, 당시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적어도,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회 세종의사당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무관심하고 무책임할 수 있을까요?

기자가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의 이런 무관심은 개선되지 않을 것같습니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국회의원을 계속 하고 있을지 불확실한 2027년 이후의 국회 문제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에 관계없이), 어떻게 하면 내년 공천을 받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을까요?

실제 국회의원들과 그들의 보좌관들까지 일일이 연락을 돌리고 그들의 반응을 몸으로 확인하면서, 이런 의심은 더 굳어졌습니다. 성난 지역여론을 있는 그대로 정치인들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응을 가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사람이 바로 정치인들이라는 것을 우리 기자들이 지적하고 또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국회 세종의사당 만큼이나 중요한 청와대 제2 집무실 건립 용역 중단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5월 행복청이 발주한 용역이 ‘관계 기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중단됐다고 하는데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회 세종의사당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나아가 세종시가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당연히 청와대 제2 집무실에 대한 전체적인 정책 조정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맡고 있을 것인데요. 지역 언론에서 용산 대통령실에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관련한 중요한 질문을 하고, 그것을 주요 뉴스로 반영하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면 참 반가울 것 같습니다.

고병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