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문장을 적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과 교권보호를 위한 여러 움직임을 보도하고, 잘 추적했다는 게 공으로 인정돼 얼떨결에 상까지 받아버렸으니, 후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죄송하고 막막해섭니다.

다만 TJB의 보도가 고인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침해받는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 형성에 조금의 기여는 했다고 자부하기에, 조심스럽게 한 글자씩 적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월 7일 교사의 죽음. 언론은 무얼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학부모에게서 4년 넘는 시간 동안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아동학대 혐의로 억울한 조사를 받아야했습니다.

당시 학교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리자는 괴롭힘 당하는 고인을 보고도 눈감았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일방적인 사과와 화해를 강요받았고 교사의 보호 요청은 묵살 당했습니다.

이 같은 의혹이 고인의 동료교사, 유족 등 주변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노조에 남긴 자신의 경험과 교권보호를 위해 노력했던 모습들이 속속 공개됐습니다. 고인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달라는 메시지를 언론에 던졌습니다. 고인의 메시지는 의무감처럼 다가왔습니다.

치열하게 취재하고 최선을 다해 담기로 했습니다. 다만 자극 선정, 폭력이라는 과열된 취재 분위기 앞에선 침전하기로 했습니다. 교사를 보호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음에 집중했습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 당시 교육 일선에 있는 교사들의 사전 경고를 다시 조명했습니다.

의혹의 당사자들에게는 마이크를 들이밀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고인의 손길을 뿌리친 교장, 교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교육감에 비극이 일어난 이유와 대책을 물었습니다. 희생만을 요구받는 교사도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교권을 보호할 제도와 인식의 변화를 환기했습니다.

이는 곧 대대적인 진상조사로 이어졌습니다. 고인을 괴롭힌 학부모에 대한 경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묵살과 외면의 당사자인 학교 관리자들은 징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고인의 순직처리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법은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교사들의 현실을 녹록치 않습니다. 나아가야할 길은 많습니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고, 끝까지 보도하겠습니다.

TJB에게 주어진 방송기자연합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은 더 노력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함께 뉴스를 제작한 김철진 양정진 조형준 기자 등 사건팀 동료들, 김경한 부장님 황윤성 회장님, 최운기 박금상 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수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