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딱딱하고 튼튼한 시멘트 속에서 자는 것이다. 벌레도 싫어하고, 추위도 질색이고, 깨끗한 곳에서 씻고 푹신한 곳에서 자는 게 내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6살 딸의 소원은 '캠핑'을 가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월요일마다 발표 시간이 있는데, 여러 친구가 늘 캠핑을 다녀온 뒤 "캠핑이 너무 즐겁다"고 발표한다는 거다.

특히 딸과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하필(?) 캠핑 고수 중의 고수. 매주 전국 곳곳을 돌며 캠핑하러 다니는 친구인데, 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존재다. 월요일 하원 길이면 딸의 어깨는 축 처져있다. 그리고선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을 하고 내게 "엄마, 우리도 캠핑 가면 안 돼?"라고 말한다.

워킹맘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늘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느끼며 산다. 아침이면 눈도 못 뜨는 딸의 입에 뭐라도 넣어주고, 시계를 쳐다보며 "버스 시간 됐다, 서두르자"고 말한다.

머리를 안 묶겠다는(엄마보다 선생님이 잘 묶어주기 때문이다) 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추노 같은 몰골로 등원을 시키고 나면, 헐레벌떡 출근하느라 바쁜 일상. 저녁에는 신랑과 오늘 하원은 누가 시킬 것인지를 늘 상의한다.

일에도 신랑과 번갈아 가며 회식하는 나는 딸의 간절한 소원을 지나칠 수 없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억지 캠핑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행히 캠핑 고수인 딸 친구네와 함께 캠핑을 시작하면서 조금은 수월하게 떠날 수 있었다. 첫 캠핑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해수욕장 근처였는데, 갑자기 저녁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새벽에는 바로 옆 텐트에서 남녀의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남녀는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이어갔고,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대화 내용마저 기억에 남는다. "너, 너희 애들이랑 화장실에서 나 몰래 통화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너도 통화하잖아!"라는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아침에 나와보니 남녀의 텐트는 칼로 벤 듯 찢어져 있었다. 그 텐트는 아주 비싼 텐트였다. 다행히 나와 달리 딸은 아주 푹 잔 듯했다. 첫 캠핑의 악몽에 '다시는 캠핑 가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던 나와 달리 딸에게 첫 캠핑은 행복 그 자체였다.

바닷가에서 모래놀이하고, 밖에서 저녁을 먹고, 해수욕장에서 폭죽도 터뜨렸던 기억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캠핑장에서 딸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딸은 늘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던 첫 캠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너무 좋았어 엄마. 또 가자, 캠핑!"

그렇게 시작한 캠핑을 우리는 1년째 하고 있다. 캠핑하러 다니며 딸에겐 변화가 생겼다. 소극적이었던 모습이 조금은 적극적으로 변했고, 엄마·아빠만 찾던 예전과 달리 캠핑장에서 만난 친구와도 이야기를 나누며 놀기 시작했다. 캠린이인 내게도 변화는 찾아왔다.

종종 인터넷 쇼핑으로 캠핑용품을 둘러보기도 하고, 캠핑장에서 맛있게 먹고 즐겁게 노는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다음엔 어디 가지? 뭐 먹지?"라는 고민도 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서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아지면, 같이 놀러 가자고 해도 안 간다는데,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마지막 캠핑을 앞두고, 이번 캠핑은 어떤 즐거운 일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김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