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여름 협회장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혜영아 지금 공석인 사무국장 자리를 맡아서 도와줄 수 있겠니?", "회장님~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사무국장 자리라니, 언론사에 몸 담은지 15년이 넘었지만 단 한번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기자협회는 내가 소속돼 있는 조직이었지만 늘 나와는 가깝고도 먼, 뭔가 '미지의 세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회장님의 "너도 할 수있다"는 가스라이팅(?)에 나는 무언가 홀리듯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집행부'라는 막중한 자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사실 언론계에서 날고 기는 선후배들도 많은데 '감히 내가 해도되는 자리인가'라는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었다. 그동안 여자 사무국장이 있었나도 싶었다.

하지만 여자이고, 편집부인 내가 맡게 되면서 좀 더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집행부'의 외연을 확장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용기를 내 도전해 보게 되었다. 　

그후 몇 달간 말 그대로 눈코뜰 새 없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먼저 전국시도기자협의회 1차 총회가 대전에서 열려 경기, 충북, 광주, 대구경북, 전북, 제주, 경남울산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기자협회장들이 회의를 가졌다. 그 분들의 열띤 토의를 들으며 기자협회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음으로 1년 중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기자협회 체육대회를 치렀다. 각 사의 회원들을 비롯해, 가족들, 각 기관에서도 많은 손님들이 오는 만큼 차질없는 준비가 필요했다. 　작게는 축구공 하나부터, 회원들이 먹을 식사, 경품 하나하나까지 끊임없이 확인을 거듭했다.

내가 몇 년동안 신나게 하루 즐겼었던 체육대회가 이렇게 오래 전부터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는지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새삼 그동안 체육대회를 준비해 주신 이전 협회들에 감사한 마음마저도 들었다. 때 아닌 10월 태풍 소식에 전날까지도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체육대회가 끝나자마자 각 지회를 위해 일하는 지회장, 사무국장들과 해외 세미나를 떠났다. 대만에서 보낸 3박 4일간의 꿈 같은 시간 이었지만 사고없이 세미나를 마쳐야 한다는 긴장감도 동시에 들었다. 정말 같이 간 일행들의 기침 소리 한번에도 귀를 곤두세웠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협회보를 만들며 각 회사를 대표하는 회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기자로서의 고충, 책임감부터 일상과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협회보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렇게 나의 2023년 하반기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협회 일을 하며 바쁘고 힘이 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많이 느꼈다. 행사를 끝날 때마다 진심으로 "수고했다" 말해주는 동료, 선후배들의 격려와 응원에 피로감도 씻은 듯이 사라지곤 했다. 　

문득 여러분들의 한 해는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대전은 늘 사건사고, 자연재해 없기로 유명한 살기좋은 도시였지만 올해는 달랐다. 　'대낮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승아양 사건부터,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교사 사망사건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대전에서 유난히 많았다. 　

언론인이라는 특성상 우리는 모두 그 중심에 있었다.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쓰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신문을 만들고 뉴스를 제작하고 모두가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이런 큰 뉴스가 아니더라도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들, 좀 더 많은 정보를 알리기 위해 모두들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한 해를 돌아보았을 때 지역에 기분 좋고 따스한 뉴스보다는 가슴 아픈 뉴스가 좀 더 먼저 떠오름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내년엔 좀 더 기분 좋고 행복한 뉴스가 많았으면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잊지 못할 2023년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