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적인 지식은 물론 감각도 없는 내가 편집 프로그램을 독학하고 자비로 구독(나중에 회사에서 보전해 줬다)하고 전문가에게 배우고(이 역시 나중에 보전해 줬다) 혼자 공부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무엇보다 재밌었고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다.
술 약속이 없는 날이면 퇴근하고 가족들이 전부 잠든 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까지 영상을 만졌다. 모르는 것은 유튜브를 찾아서 해보고 반복하다 보니 영상을 전문으로 만지는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흉내는 낼 수 있게 됐다.
"선배 뭐 하세요?", "형석아 너 뭐해?" 기자실에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하얀색 노트북 화면에 까만색 텍스트를 입히지 않고 어두운 화면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탓이다.
타사는 뉴미디어팀이 있고 우리 회사도 서울에 팀이 있지만, 지역은 상황이 열악하다. 일과 속 한정된 시간 안에서 취재도 하고 기사도 쓰고 리포트도 녹음하고 영상도 편집하는 일은 머릿속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꼭 해야 하는 일인 기사와 놓으면 안 될 것 같은 영상이 충돌할 때 생기는 고민이다. 비효율적인 인력구조 속에 밑으로 일이 몰리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예상치 못했던 가욋일이 더해지거나 뭔가 큰일이 생기면 어느 하나를 포기하거나 대충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고생을 사서 한다"는 가족과 주변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억지로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없다.
어느 순간부터 회사가 신입 채용공고를 낼 때 '기자'가 아닌 '콘텐츠 크리에이터-기자'로 분야를 표시하는 것을 보니 그만큼 내 일터에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언제까지 일과에서 기사와 영상이 충돌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에서 적어도 현재까지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틀리지 않기를 바란다.
대전CBS 고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