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맨 왼쪽 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에 입사 하고 나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왜 기자를 선택했냐’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신입 기자다운 거창한 대답을 해야 될 것만 같았다. 어떻게 말해야 그럴듯한 답변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기자를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처음부터 기자를 꿈꾼 건 아니었다. 다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고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거리낌은 없었다.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도 막연히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을 뿐,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한 대학에서 행정직으로 근무를 마친 시점에 충청투데이 기자 모집 공고를 봤다. 그날따라 무언가 홀린 듯 기자에 관련된 서적과 자료를 찾아봤다. ‘여론을 형성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무거운 소임을 맡은 직업’ 그 말과 자부심이 멋있어 보였다. ‘기자 정신’에 반한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지원서를 제출했고 운이 좋게도 합격했다. 그렇게 나는 어쩌다 기자가 됐다.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수습기간 동안 수증기처럼 사라졌다. 아이템 발제부터 기사 유형, 기사 작성법 등 모르는 것과 못하는 것 투성이었다. 이런 나와 달리 뭐든 잘 해내는 것 같은 동기들을 보며 조급함도 들었다. 너무 막연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나 하는 후회와 자괴감에 빠질 때쯤 퇴근길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게 됐다.

라디오에선 지역 시민단체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기사’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 중 내가 발제해 취재를 진행한 기사도 언급됐다. 물론 수습이었기에 전적으로 선배의 도움을 받았지만 제 3자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배는 기자의 매력 중 하나를 느낀 거라고 했다. 다른 매력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서점에 방문했다가 재미있는 책을 하나 발견했다. ‘어쩌다 기자가 된 사람을 위한 쉬운 기사 작성법’이라는 책인데, 제목을 보자마자 내 얘기 같아 곧바로 구매했다.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기자가 됐다고 본인을 설명하며 자신처럼 기자가 된 사람도 책임감과 소명 의식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기자의 매력에 반한 그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했다.

이제는 어쩌다 기자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그저 지금 내가 맡은 직분과 사명에 충실한 기자가 되고 싶다.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