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대전만을 위해 평생 살고 싶어. 오 나의 사랑 대전”

대전하나시티즌 응원가 일부 구절입니다.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목 놓아 부릅니다. 요즘 저는 축구에 빠져 삽니다. 정확히는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의 광팬이 됐습니다. 시즌권을 구매한 뒤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고, 전국 각지 원정 경기도 쫓아다닙니다. 전주, 대구, 수원 같은 인근 지역은 물론이요, 오로지 축구만을 보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적도 여러 차례 됩니다.

경기장에서 대전에 대한 사랑 고백을 수천 번 하니, 구단뿐만 아니라 ‘대전’자체에 애정이 절로 생깁니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세종에서 살고 있는 저는 응원가를 부를 때만큼은 뼛속까지 대전 토박이입니다.

구단 사랑이 지역 사랑으로 이어지는 일. 생각해 보면 지역의 정체성, 그 중심엔 언제나 스포츠가 있었습니다. 부산의 롯데자이언츠와 광주의 기아타이거즈는 지역 주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부심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FC 같은 구단은 지역 그 자체와 동일시될 정도입니다. 모두 지역을 넘어 전국적, 혹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야구와 축구를 보러 관광객들이 몰릴 정돕니다. 스포츠 구단은 지역민을 단단히 묶어주는 정신적 연결고리이자, 상징입니다.

먹을 것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성심당입니다. 동네 맛집이던 성심당은 대전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대전 이외 지역에는 분점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 맛있는 빵을 가성비 있게 먹을 수 있단 입소문에 여러 미담까지 더해져 전국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됐습니다. 이제 성심당은 주말마다 지역 곳곳에서 대전까지 빵을 사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성심당은 가장 지역적이자 가장 대중적인 게 됐습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대구에서 놀러 오시는 장인 장모님을 위해 성심당에서 빵을 한 아름 사 들고 돌아가는 길. 문득 학부 시절 여러 교수님께서 귀가 따갑도록 하시던 말씀이 새삼 떠오릅니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괴테의 말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젠 너무 진부한 문장이 돼버렸지만, 지역 언론의 위기를 논할 때마다 인용했던 말로 기억합니다.

동네 스포츠 구단과 동네 빵집을 보며 저를 돌아봅니다.서울의 방식과 서울의 이슈를 뒤쫓는데 바빴습니다. 좋은 장비와 좋은 취재 환경을 부럽게 여긴 적도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오가는 거대 담론에 내 취재 아이템, 뉴스가 작아 보인 적도 있습니다. 동네 이야기라며 스스로를 평가절하 한 적,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지역적인 게 지역 언론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네 이야기만 잘 담아도, 전국을 관통할 킬러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 지역 기자들이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서울을 따라가기보단 지역에 다시 집중하리라 다짐합니다. 이번 주말은 선후배 기자들의 ‘가장 지역적인’기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이수복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사무국장(TJ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