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혜인 대전일보 기자

 누구보다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책을 읽는 것을 싫어했다. 글을 쓰는 것도 싫어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눈만 뜨면 TV 앞으로 가 포켓몬, 짱구, 1박 2일, 6시 내 고향 등 다양한 예능, 건강 프로그램들을 시청했다. 특히 건강 프로그램을 챙겨볼 때면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음식들을 메모하고 어머니께 알려주기도 했다. 남들이 TV를 바보상자라 부르지만 나에게는 도라에몽 주머니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나는 예능 pd 등 영상을 만드는 직업을 꿈꿔왔다. 이에 미디어콘텐츠학도 전공했다. 해당 학문을 배우며 서포터즈, 공모전 등에 나가 수상도 했다. 심지어 좋은 기회로 방송국 인턴까지 하게 되면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방송국 인턴을 하면서 글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이 부족하면 영상을 만들 수 없었다. 대학생 땐 기획하는 것과 글을 쓰기 싫어서 영상 촬영, 편집에만 참여했던 터라 글의 중요성을 몰랐다.

방송국 인턴을 하게 되면서 기획부터 혼자서 해야 해서 골머리를 앓았다. 다른 인턴들에 비해 영상 만드는 속도도 뒤처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9개월간의 인턴 생활이 끝나고, PD라는 꿈을 꾸는 게 맞나 싶어 방황했다.

앞으로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담당 교수님이 언론사 취업을 제안했다. 글 쓰는 것에 두려움이 많아 글 관련 직업은 한 번도 꿈꿔보지 못했는데 제안이 들어와서 당황했다.거절하려 했지만 단순히 글을 배워보자는 심정으로 23살에 기자라는 직업에 뛰어들었다.

기자는 사람들도 만나고 취재하고, 기사 주제에 대해 몇 시간 만에 공부해서 신속하게 독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선배들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퇴근 후까지 기사 공부에 전념했다.

이후 출입처 배정을 받고 첫 현장 취재를 나갔다. 현장 취재는 구의회 행정사무감사였다. 의원들의 발언을 받아 적어 기사를 완성했다. 내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인터넷에 나간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기사 잘 봤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이 때문에 이런 맛에 기자를 하는 건가 싶었다.

또 펜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이라는 것을 느꼈다. 영상을 잘 만들기 위해,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첫 시작이 기자였지만 지금은 영상 pd가 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정도로 내 현 직업이 너무나도 뿌듯하다. 아직 많이 부족한 3년 차 기자지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면서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될 것이다.

우혜인 대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