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된 지 8개월이 흘렀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도 없이 밀도 높은 순간들로 가득 찬 8개월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단연 'FC 프로 마스터즈' 경기 취재를 빼놓을 수 없다.

게임이라곤 피시방 음식이 맛있다는 친구의 말에 따라가 해 본 카트라이더가 전부인데 피파 경기 기사를 써야 한다니, 막막함에 한 시간 동안 멍만 때렸다.

차근차근 경기 룰을 공부했다. 자사 e스포츠 기사는 물론, 데일리e스포츠, 스포츠투데이 등 다양한 매체의 피파 관련 e스포츠 기사를 꼼꼼히 읽으며 기사를 써 내려갔다.

예고기사를 올리고, 같은 부서 선배에게 칭찬을 들었다. "첫 기사 잘 썼던데" 격려차 흘려보내는 칭찬일 수도 있지만, 첫 기사를 완성해 낸 수습 기자에겐 그만한 원동력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감이 가득 충전된 채로 첫 현장 취재에 나섰다. 카메라가 무거운지도 모르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던 발걸음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기사를 쓰기 위해 하루에도 몇십 번씩 드나들던 기자입력기, e스포츠 선수를 가까이서 봤을 때 느꼈던 설렘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간 기사를 동네방네 자랑하던 순간들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때 느꼈다. 아, 기자가 되길 잘했다.

어느덧 기자로서 두 번째 계절을 맞았다. 나는 이제 사건 기자다.

사건 기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지금, 나는 다시 수습 기자가 된 듯하다. 건강음료를 들고 지구대에 들어가 없는 넉살을 긁어모아 말을 붙일 때나 아침마다 소방본부에 사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질문할 때, 대전 사회를 샅샅이 뒤지며 기삿거리를 찾아내는 것도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기자란 직업이 아직 좋다. 기사 한 줄을 위해 발로 뛰는 것이 좋다. 내가 쓴 기사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좋다. 기자의 매력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 나는 앞으로 쭉 언론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더 나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자로서 나의 두 번째 계절이, 또는 열 번째 계절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벌써 기대가 된다.

최화진 중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