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서 이 넓은 구역을 다 취재할 수 있을까?''

지난해 4월 17일, 처음 대전 MBC 충남 홍성 사무실에 짐을 풀며 했던 혼잣말입니다. 지사 발령 직전인 4월 초, 홍성에서 발생한 역대 2위 규모의 산불로 이미 홍역을 치렀던 터라 걱정은 더 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세 달 뒤엔 백 년 만의 호우가 충남을 덮쳤습니다. 산사태로 주민들이 숨지고, 공주시 옥룡동 일대가 통째로 잠긴 현장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충남에서 맞았던 재난 상황들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민들의 삶을 맞닥뜨리게 한 계기였습니다. 산불이 난지 여섯 달이 지나고도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 그리고 지자체 행정이 재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충남 곳곳을 갈 때마다 지역민들은 '이곳에도 사람이 살아요'라는 말들을 하셨습니다. 그 말에는 극심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소멸 대상이 되어버린 지역민들을 다시 한 번 사려 깊게 바라봐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또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힘든 현실을 잘 전해 달라는 언론의 역할에 기대하고 있다는 충청 민들의 은유가 담긴 말이었음을, 일 년 반이 지난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로 시작한 지사근무 생활, 혼자가 아니었기에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당일에 전화를 드려 난처하게 해 드렸던 적이 많았지만, 진심으로 취재에 도와주셨던 충남도청 공보관실, 그리고 서산시와 홍성군, 태안군 홍보팀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김태욱 대전MBC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