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 충청투데이 기자

까치(태명)는 엄마 뱃속이 참 좋았나 봅니다. 출산 예정일이 지나도 나올 생각이 없었거든요.

배는 계속 불러오고 어떻게 누워도 불편한 자세와 빈뇨 현상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0개월을 꽉 채우고도 3일을 더 품은 뒤 제왕절개 분만으로 아기를 만났습니다.

수술 시작 불과 4분 만에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3.7kg의 건강한 아들이에요.

출산 직전까지도 저를 사로잡았던 수많은 걱정과 불안이 아기를 보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지더군요.

물론 후불제 고통이라는 제왕절개의 후유증들은 저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하반신 마취가 잘 안돼 수술 중 울렁거림과 구역감으로 고통받았고, 결국 억울(?)하게도 마취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극심한 두통으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제대로 걸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회복도 더뎠고요. 병원에선 몇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증상이라더군요.

하지만 하루 단 5분밖에 주어지지 않은 신생아 면회 시간만큼은 절대 놓칠 수 없었습니다.

머리와 배를 붙잡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신생아실 앞으로 갔습니다. 유리창 너머 누워있는 아기를 보니 그 순간엔 어떠한 통증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렇게 수술 3일 차, 혈액패치라는 시술을 받고 나서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병원 퇴원 후 산후조리원에서 이 후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모유 수유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고, 온몸의 마디마디가 쑤시고 저립니다.

하루에도 10번씩 수유를 해야 해서 조캉스(조리원+호캉스)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몸조리가 전혀 되지 않는 조리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죠.

그래도 저를 쏙 빼닮은 아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도 신기하고 가슴이 벅찹니다.

임신부터 출산 그 이후까지 제 생각처럼 된 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한 생명을 잉태해 건강히 낳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고, 하늘이 축복을 내려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뼈가 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또 엄마가 된다는 것은 희생과 인내,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라는 점도 절실히 느끼는 중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육아의 세계에 긴장도 되고 때론 겁도 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의 모습을 온전히 느끼고, 사랑 듬뿍 주며 열심히 키워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출산을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최윤서 충청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