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

다는 건 한시도 쉬운 적이 없는 일이었다. 모든 부모가 그랬듯 아이도 울며, 나도 울며 그렇게 여러 해를 보냈다. 또 어떤 날은 너무 행복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그리고 지난해 12월 집으로 입학통지서가 왔다. 그렇게 너도 크고, 나도 큰 겨울이었다.

"1학년 때는 부모가 옆에서 많이 챙겨줘야 해"라는 선배 부모들의 조언을 들었지만, 내가 최대로 낼 수 있는 시간은 3주였다. 그마저도 선배들의 배려 속에 가능했던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에게 학교란 곳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학교에 가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도 만나고, 즐거운 것도 많이 하게 될 거야"라며 아이를 계속해서 세뇌(?)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가방도 샀다. 책가방을 살 때 고려해야 할 조건들은 어찌나 많은지. 워킹맘은 정신이 나가 있었다. 어찌저찌 책가방도 사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텀블러도 준비하고, 실내화 주머니도 준비할 즈음 입학식이 다가왔다.

세뇌가 잘 먹힌 덕분인지(?) 아이는 즐거운 표정으로 입학식에 참석했다. 조금은 상기되고 조금은 긴장돼 보였지만, 설렘도 엿보였다. 유치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됐다며 기뻐했다. 오히려 떠는 건 우리 몫이었다. 혼자서 큰 책가방을 메고 준비된 자리에 씩씩하게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엄마아빠는 눈물을 글썽였다. "언제 저렇게 큰 거야..."라며.

입학식 이후의 시간은 숨 가쁠 새 없이 흘러갔다. 학교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10여 장의 가정통신문이 날라왔고, 학교와 새로 등록한 학원에선 "아이가 울고 있다"며 전화가 왔다. 나는 "죄송하지만 조금만 달래주시겠어요? 엄마가 조금 뒤에 데리러 간다고 전해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퇴근 시간에 맞춰 학원 등록을 마치려 했지만, 내 욕심이었다. 엄마 마음은 조급했지만, 아이의 속도는 나의 속도와는 달랐다.

휴가를 낸 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이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매일매일 여러 과일을 준비하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어떤 날은 아이와 함께 간식을 만들기도 했다. 날이 좋을 때는 종일 놀이터에서 놀았다. 아이의 웃음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런 웃음을 보며 워킹맘인 엄마는 또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학교에 간 지 3주가 지나고, 공개 수업이 열렸다. 수업의 주제는 '나의 꿈'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꿈을 발표하고 왜 그 꿈을 꾸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아이의 차례가 다가왔고, 수줍어하던 아이는 씩씩하게 발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갔다. 엄마는 또 울었다. (이 눈물은 언제쯤 멈출런지?)

벌써 입학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이는 월요일이면 눈물 바람으로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한다. "5교시는 너무 힘들다"거나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그런 아이에게 "그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해"라며 다독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교문 앞에서 "자~ 이제 출발!"이라며 아이의 등을 떠밀고, 나도 글썽거리는 눈물을 닦고 출근에 나선다.

리포트를 녹음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학원에서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와있었다. 심장이 철렁하는 순간이다. "아이가 학원 가기 싫다고 우는데 어떻게 할까요 어머니?"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전히 워킹맘의 마음은 무겁지만, 이 시간도 나중엔 그리워지겠지라는 생각을 되뇌며. 나를 우주로 생각하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보내야 할 봄이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