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던 1969년 중학생 시절.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디딘 대형 사진이 실린 신문을 스크랩해 지금도 갖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엔 집에서 가출(?)했다.

2백미터 넘는 남산을 넘어 넘어 장충단공원에서 열린 박정희 후보 대통령 선거 유세를 구경했다. 그 때 나눠주던 총천연색 민주공화당보를 지금도 갖고 있다.

얼마 뒤 용돈 5천원으로 동아일보 초창기 신문 축쇄판 10여권을 헌책방에서 구입해 낑낑대며 집에 돌아온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휴...

나의 자료 수집벽은 조숙했던 듯 싶다. 시계를 좀 빨리 돌려보자. 1980년 전두환 일당의 언론통폐합으로 동아방송과 동양방송 합격이 취소된 뒤 한국방송에 들어왔다. 월급이 고박꼬박 들어오던 그 시절부터 언론자료 수집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전국의 엔틱숍과 고서점을 뒤지고 여의도 방송국 소각장까지 뒤지고...

때로는 고서점 주인의 애장본을 탈취(?)하기 위해 5년 넘게 읍소했고 소장자를 설득하고 경매장을 누볐다. 그렇게해서 내가 애지중지하는 수집 자료를 보면 심훈의 시 <필경>이 실린 1930년에 발견된 국내 최초의 언론전문지 <철필> 창간호! 1955년 우리나라 최초로 TV를 소개한 홍보 리플릿, 금성사의 초창기 진공관 라디오, 광복 직후 좌익계 신문인 <노력인민> <조선인민보>, 오소백의 걸작 <올챙이기자 방랑기> 등 광복이후 필명을 날린 수 많은 기자들의 생생한 취재기이다.

김삿갓처럼 전국을 방랑하다보니 내가 김삿갓으로 변했는지 김삿갓 관련 자료도 구한 말 이 후 부개여 책의 귀중본을 입수했다. 수집벽에 빠진 사이 나의 애마 중고 피아트 132는 주차위반 딱지를 수없이 떼이고, 퀘퀘한 먼지가 수북한 헌책방 책더미를 뒤지느라 만성 비염이라는 훈장(?)까지 얻었다.

이런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005년 <KBS 대전 빛 소리 영상전> <방송자료 소장전>에 이어 올해 4월 5일부터는 <기자, 너 무엇을 남겼나>를 주제로 대전프랑스문화원에서 언론자료 소장전을 열고 있다.

이제 나의 소망은? <풍운아 김삿갓 자료 전시회>와 <그 옛날을 아시나요> 전시회를 열고 싶은 기대가 있다.

그나저나 자료 수집은 약이요 독이다. 열정도 좋지만 시간과 돈과 희생이 필요하다. 솔로인 나에게 자료는 자식이나 다름없다. 물려줄 후손이 없으니 그게 한심하다. 그래도 가정이 있었으면 이런 자료가 내 곁에 있었을까 풋 웃고만다. 생활의 지혜Rns인 한국의 타샤 튜터 이효재씨도 무자식 속 열정으로 살아가는데 뭘...
 

<2013년 4월 25일 협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