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회사 내 출입처 조정으로 사건기자가 된 지 어느 덧 10개월째다.
경제부에서 사회부로 이동하면서 회사 선배들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과 축하 인사도 받았다.
기자의 꽃이라는 사건기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선배도 있었다. 한 번 쯤은 꼭 해봐야 하는 출입처이면서 빨리해볼수록 좋다는 사건.
사건에 출입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옷차림이 다소 편안해(?) 졌다. 경제부 때는 매일 같이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회사로 출근을 했던 반면 사건에 온 뒤 점점 편한 옷차림으로 변하면서 현재는 면바지에 아웃도어 바람막이가 내 옷차림에 전부가 됐다.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회사 선배들로부터 성격도 달라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원래도 그런 성격이었지만 더 '능글맞아(?)' 졌다는 것.
없던 버릇도 생겼다. 이른바 '사이렌 노이로제', 길을 가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집중하게 되고, 무슨 일인가 알아보게 된다.
한 번은 사건에 처음 출입을 시작하고 일명 '사스마와리'를 밤낮으로 돌 때 경찰 형사들이 타고 다니는 '스타렉스 차량' 경찰차를 보면 영문도 모른 체 따라갔다.
속으론 '이번에는 정말 큰 일이 터졌나보다'라는 생각으로 따라갔지만 매 번 음주단속을 하는 차량이었다.
전국이 들썩이는 큰 사건도 겪었다.
지난해 8월 고등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
그날은 출입처가 바뀐 뒤 처음으로 퇴근 후 풋살을 하러 가는 길이 었다. 그간 운동을 못해 즐거운 마음으로 이동중에 부국장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부국장님은 "태안 앞바다에서 학생들이 실종됐다더라"며 "한 번 알아봐라"고 말했다.
전혀 사고의 심각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일단 사고발생을 확인하고 확인한 내용을 그대로 부국장님께 전달했다.
축구복을 갈아입고 운동장에 들어서는 찰라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부국장님은 "태안으로 가"라고 말했고 부랴부랴 태안으로 향했다.
심장은 떨리고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운전대를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태안 백사장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당시 상황은 처참했다. 찌는 듯한 더위와 습기 속에 5명의 아이들을 찾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대했지만 이는 물거품이 됐고 아이들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일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지 고민됐다. 떠난 아이들의 장례절차까지 모두 동행하며 하루하루가 눈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오로지 운명을 달리한 아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기사를 써야겠다고만 생각했다. 당시 공주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의 어머니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우리나라 국민모두가 장차 큰 인재가 될 아이들을 잃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가 지난 지도 반년이 넘게 흘렀지만 다시 뒤돌아보면 그 때 생각했던 '아이들의 죽음이 우리 모두의 슬픔이라는 것을 기사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처럼 사건기자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었던 일을 겪고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래서 아마 선배들은 사건 기자는 꼭 해봐야 한다고 조언을 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