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한 퇴근길... 시계를 쳐다보고 자꾸만 자동차 속력을 올리게 된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귀요미’ 아들 녀석을 1분이라도 빨리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 그러다 문득 뱃속에 둘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브레이크를 살살 밟는다. 워워~ 릴렉스~

둘째도 아들이라 대략 한달 후면 흔히들 이야기하는 '목메달' 엄마를 예약해놓은 나는 게다가 워킹맘. 설렘반 두려움반으로 2년 전과 같은 기다림을 다시 느끼고 있다. 25개월짜리 첫째가 말귀도 제법 알아듣고 제 몸 하나는 잘 가눌 수 있으면서 이제야 좀 살만한데...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절대로 몰랐을 '육아'라는 행복한(?) 전쟁을 이제 또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둘째가 생겨 하루하루 배가 불러오면서 남편한테도 서운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술, 담배 같은 것은 모르고 아이 잘 돌봐주고 자상하고, 빨래청소까지 다 하고, 어디 내놔도 일등신랑감인 세상에 또 없을 사람이건만... 예민함이 극에 달한 임신부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아 싸움을 거는 날은 점점 늘어만 간다. 별거 아닌 일에 바가지를 긁는 나도 사실 속으로는 미안하지만 일단은 내가 힘들어 죽겠으니까... "에라 모르겠다"는 뭐 이런 심리?ㅋㅋ 미안해 자기야!
 

자식이라는 게 참 묘하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자꾸만 보고 싶고, 잘 놀고 잘 먹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집에 하루 종일 같이 있는 날은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어지르면 치우고 하나부터 열까지 시중드는 일이 너무나 피곤하다가 또 없으면 미친 듯이 다시 보고 싶고. 이건 도대체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요물‘이라니까~
 

일 하면서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보통이 아니다. 아침부터 일어나 밥상 차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어떨 때는 “내가 도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회의감에 싱글시절이 마냥 그립고 현실이 지긋지긋해질 때도 있지만 아들 녀석의 환한 미소와 '뽀뽀 쪽'에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 행복이 별거야,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지” 라면서...
 

그렇게도 고통스럽던 출산의 기억을 또 새까맣게 잊고 ‘노산’(ㅠㅠ)임에도 불구하고 둘째에 도전한 것만 봐도 자식이 주는 기쁨이 그 고통보다는 몇 백배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창 물오른 아들의 재롱과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다림으로 나는 참 행복하지만, 그 행복을 온전히 표현하기에 지금은 너무 마음이 무겁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져 있다. 나 또한 자식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이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내 자식은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희생된 꽃다운 아이들을 생각하면 답답해 화가 치밀고 가슴이 한 켠이 아리다. 아이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부모에겐 얼마나 큰 기쁨이자 선물인지 잘 알기에,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그 부모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는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해 애도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