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사고가 선진국을 자처하는 OECD 회원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객선에 300명이 넘는 단원고등학교 학생을 비롯한 승객이 타고 있는데도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피신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목숨만을 건지겠다고 배에서 탈출해 인명피해를 키웠다.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다시 한 번 하이힌리 법칙이 회자되고 있다. 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하이힌리는 5천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 1:29:300의 법칙을 제시했다.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하기 전 29명의 경상자가 발생했으며 또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 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내용이다. 대형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사전에 여러 가지 작은 징후들이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또한 하이힌리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사고 징후를 무시하면서 발생한 인재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사고 뒤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난맥상은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해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와 올해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붕괴사고 등을 거치고도 안전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까지 불러오고 세월호 사고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사고를 보면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청해진 해운과 실질적인 소유주인 유병언 일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아가고 초기 대응을 허술히 해 침몰한 배에서 한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와 해경 등에 대한 비판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언론도 반성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반성해야 할 일은 세월호가 언제 침몰할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을 안고 수년째 인천과 제주를 왔다 갔다 했는데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 만일 언론이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해 보도를 했더라면 300명이 넘는 대규모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으로는 사고 발생 뒤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의 문제다. 모 종합편성 채널은 검증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민간 자원봉사 잠수사라는 여성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방송했다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의 무분별한 취재경쟁은 기자들을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로 욕을 하며 쓰레기 취급을 하는 사태까지 불러왔다.

이처럼 세월화 참사 취재 보도과정에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며 언론이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 사태까지 이르자 한국 기자협회는 지난달 20일 ‘세월호 참사보도 가이드라인’를 급히 만들기 까지 했다. 또 정부관계자와 재난전문가,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 인사이 참여해 재난보도 준칙도 제정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사실 세월호가 진도해상에서 침몰했지만 서해안을 거쳐서 제주로 향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충남 관할 해상에서 발생할 수도 있었다.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침몰하면서 대형 재앙을 불러온 것처럼 말이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재난 극복을 위해 동참하는 데는 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기자협회가 재난보도준칙을 만든다면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소속 언론사들도 이에 맞춰 각 회사별 각종 재난발생시 취재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정부의 재난 매뉴얼의 부재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 재난 취재 매뉴얼을 만든다면 좀 더 효율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취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언론 매체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취재를 하는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할 때인 것 같다.